Friday, December 27, 2013

똥봉투

날씨: Clear, 32-53°F

약 일주일전 annual physical check-up 을 받으러 담당의사를 만났다.  이 의사는 이 타운에 이사 온 뒤로 십년이상을 정기적으로 본 사람이라, 만나면 반갑고 농담도 하는 편한 사이가 됬다.
이 양반은 내가 외국인출신이면서 어찌 미국 대학에서 영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에 대해 놀랍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그로 인해 내가 받는 스트래스는 잘 상상이 안 갈 것이다.

annual check-up 이라면, 피 검사, 오줌검사, 채중의 증감, 혈압 등등을 제서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안에 있는 지를 보고, 다른 특별한 증상은 없는 지를 물어보면 끝이다. 만약 어느 수치가 정상범위를 아주 벗어나면, 정밀검사를 전문가에게 받도록 해준다.  작년엔 오줌속에 적혈구가 과도하게 나왔다고 해서 비뇨기과에서 집중검사를 받았는데, 특별한 원인을 찾지는 못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모르겠다.

이젠 나이를 충분이 드셨으니, colonoscopy 를 시작해야 한다고....
"그것 참 unpleasant experience 라고 들었다" 대답하면서 쫌 인상을 구겼더니 >|<, alternative 방법으론 "카드"가 있단다.
뭐냐 했더니,
세 번에 걸쳐서 Stool sample 을 조그만 stick 에 찍어 카드의 지정된 곳에 발라 우편으로 보내면 된단다.  말하자면 똥봉투!!
"뭐가 더 좋은 거냐?" 했더니, 그저 개인 선호라 한다.
"그으래... 그럼 올핸 똥카드로 함 해보고..."


지금은 모르겠지먼, 국민학교시절, 해마다 기생충 검사를 위해 응가를 찍어 조그만 비닐 봉다리에 담아 학교에 제출하는 행사가 있었다. 잊어 먹고 안 가져온 애들은 선생님 명령으로 바로 변소간으로 직행해서 받아와야 했고... (이날은 변소간이 난리가 아니다. ^^).

검사결과가 나오면 나라에서 사주는 회충약 (아마 20알 정도) 을 그자리에서 먹아야 한다. 약의 효과에 데해선 쫌 징그러우니 생략...
배추밭엔 똥거름 잔뜩 주었고, 김치가 주식인 우리에게 배추에 묻어온 기생충알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으니, 한반 80명 중 아마 삼분의 일은 회충약을 먹었던 것 같다.

오늘 드뎌 똥봉투를 메일로 보내면서, '이 짓을 또 하네..'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후기: 검사 결과 회충은 없다고... ^^  별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번엔 colonoscopy 를 해 봐야겠다.  


2 comments:

  1. 삽화 너무 웃겨서 한바탕 웃다 갑니다.

    1년전엔가... 병원에서 뭐 때문인지 똥봉투 나도 받았었지만, 보내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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