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입춘을 고비로 서서히 고개를 숙이며 봄의 전령들이 한 둘씩 돌아와 봄 소식을 전해준다. 일컬어 harbingers of the spring. 가장 먼저 피워주는 crocus, daffodil 을 필두로 개나리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면 '이제 정말로 봄이 왔네'를 피부로 느낀다.
봄소식은 또 새들이 전해준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 새들이 짝짓기를 하느라 여기 저기서 종알종알 지저귄다. 침실 근처에 나무들이 있을 지라면, 새벽부터 지저귀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잘 지경이니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받아 드리는 것이 인간의 마음(더 정확하게는 뇌)이다.
자연에 많이 노출된 곳에 집이 있는 행운? 으로 인해 자연의 이모저모를 관찰하는 기회를 종종 갖게 되었는데 이번 봄엔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1) Carolina Wren 이야기:
초봄 부터 새 한 마리가 뒤에 있는 deck 난간에 앉아서 아침마다 시끄럽게 지저귄다. 한 동안은 그저 잠시 앉았다가 가는 새 중의 하나려니 하고 별 신경을 안 썼는데, 사월 중순경 부터 약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아침에 deck 에 나가면 새 한마리가 deck 어디선가에서 종종거리며 도망간다. '흠.. 뭔가가 있어?!' 주변을 자세히 살피다가 가드닝용으로 놔둔 간이 시장에 지어논 집이 눈에 뛴다. '그럼 그렇지'. 회심의 미소를 띠며 가만이 안을 뒤져 보니 알 다섯이 가지런이 놓여 있다. 워낙 어두운 곳에 있는 지라 사진찍기엔 실패. 어미새를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가끔 조심스레 관찰했는데, 며칠 뒤에 드디어 새끼들이 깨어 낳다. 배 고픈 새끼들을 먹이자니 어미새가 먹이를 잡아 오느라 아주 바빠서 둥지를 자주 비운사이 새끼를 사진에 담았다.
(관찰 하나) 바로 깨어난 새끼들은 아직 누가 어민지 몰라, 내가 근처에 가면 서로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먹이를 달라 청한다. 이런 행동은 며칠이 지나면 없어지고 경계하는 행동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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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주에 셋이 입을 본능적으로 크게 벌려 먹이를 달라고.. |
(관찰 둘) '혼자서 다섯마리 새끼를 어찌 다 먹일까?' 걱정했더니, 두마리가 번갈아 먹이는 것을 목격 했다. 아마도 애비-애미 둘다 열심히 일하나 보다.
(관찰 셋) 도데채 어떤 새일까? 사진에 담은 새를 여러 조류도감및 구글 이미지하고 비교해 보니, Carolina Wren 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학명은
Sylvia ludoviciana. 무명으로 남는 것 보다는 이렇게 이름이 주어지니 애정이 새롭게 샘 솟는다 ^^. Texas 를 경계로 미 동부에 널리 분포하는 새.
(관찰 넷) 새끼들이 점점커지고 깃털이 자라더니 약 두주후엔 거의 다 자라서 둥지를 떠날 것같다. 그날 아침 다 자란 새끼를 찍으려고 한마리를 둥지에서 끄내려니 푸드득 거리며 도망가서 간신히 다시 잡아 둥지에 넣어 주어 주었다. 그날 오후 늦게 돌아와 둥지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텅 비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back yard 에서 어미들의 surveilance 하에 새끼들이 푸드덕 거리며 날기 연습에 정진하고 있다. 조금 뒤에 모두 사라졌다. new world 에서 잘 살아 남기를....